S9 · REF2차 렌즈 대응 — 사람·장소

던바의 층

Robin Dunbar

사람이 유지할 수 있는 관계에는 인지적 상한이 있고, 그 안은 평평하지 않다 — 5 / 15 / 50 / 150 의 관계 동심원이 층을 이룬다. 주소록 렌즈가 물어야 할 것은 "몇 명을 담을 수 있나"가 아니라 "모두 같은 비중일 수 없다는 사실을 화면이 어떻게 존중하나"다.

무엇인가

Robin Dunbar(1947–)는 영국의 진화인류학자다. 1992년 논문 "Neocortex size as a constraint on group size in primates"(Journal of Human Evolution)에서 영장류의 신피질 비율과 무리 크기가 상관함을 보였고, 이를 인간에 외삽해 약 150명 — 안정적으로 유지할 수 있는 관계의 상한, 이른바 던바 수(Dunbar's number) — 를 제안했다. 배경 이론은 사회적 뇌 가설(social brain hypothesis)이다: 영장류의 큰 뇌는 도구나 먹이가 아니라 복잡한 사회관계를 추적하는 비용 때문에 커졌다는 주장이다.

150은 유명하지만, 이 항목의 이름을 '던바의 수'가 아니라 '던바의 층'으로 둔 이유가 핵심이다. 후속 연구(Zhou·Sornette·Hill·Dunbar, "Discrete hierarchical organization of social group sizes", Proc. R. Soc. B, 2005 등)에서 150 안쪽이 대략 3배 간격의 동심원 층으로 조직돼 있음이 드러났다:

층(누적)통칭대략의 접촉 리듬어떤 사람들인가
~5지지 집단(support clique)주 단위위기에 실제로 기댈 수 있는 사람
~15공감 집단(sympathy group)대략 월 단위그의 죽음이 나를 크게 흔들 사람
~50가까운 친구들이따금모임에 부르는 범위
~150의미 있는 관계의 상한드물어도 끊기지 않음우연히 만나면 합석이 어색하지 않은 사람
~500 / ~1500아는 사람 / 이름 아는 얼굴관계라기보다 인지의 바깥 띠

층을 만드는 제약은 두 가지다. 인지 용량(누가 누구와 어떤 사이인지 추적하는 비용)과 시간 예산(관계는 투자한 시간에 비례해 유지되고, 사회적 시간의 대부분은 안쪽 층 소수에게 쓰인다). 그래서 안쪽 층으로의 승격은 공짜가 아니고, 접촉이 끊기면 관계는 바깥 층으로 미끄러진다. 이 층 구조는 통화 기록·SNS 데이터셋에서도 반복 관측됐다 — 매체가 바뀌어도 동심원은 유지된다는 것이 던바 진영의 주장이다.

비판도 표준 지식에 속한다. Lindenfors 등은 2021년 Biology Letters 논문에서 영장류→인간 외삽의 신뢰구간이 너무 넓어 "150"이라는 특정 값은 통계적으로 지지되지 않는다고 반박했다("'Dunbar's number' deconstructed"). 즉 정확한 숫자는 논쟁적이지만, "관계가 소수의 진한 안쪽과 다수의 옅은 바깥으로 층화된다"는 구조적 관찰은 견고하다 — 우리가 빌릴 것은 후자다.

우리 모델과의 접점

우리 개념 모델에서 인물은 계정이 아니라 내 기록 속 존재(등장인물 Person, 제2장)이고, 주소록은 성분 마스터에서 출발하는 2차 렌즈다(제5장). 지도의 접점 문구 — 주소록의 규모 감각과 밀도 설계(모두 같은 비중일 수 없다) — 를 펴면 이렇다.

  • 규모 감각. 평생의 기록이 쌓이면 등장인물 수는 수백을 넘는다. 그러나 던바의 층이 말하는 것은, 그중 지금 살아 있는 관계는 150 안짝이고 매일의 삶을 이루는 것은 5~15명이라는 것이다. 주소록 렌즈를 연락처 앱처럼 가나다순 평면 리스트로 만들면 이 구조를 버리는 셈이다.
  • 밀도는 저장이 아니라 파생. 던바의 층은 접촉 빈도로 정의된다 — 그리고 우리에게 접촉의 기록은 이미 있다. 사건 속 등장(Involvement)의 빈도·최근성·지속 기간이 곧 그 인물의 층을 근사한다. "누가 내 안쪽 5인가"를 사용자에게 분류시키지 않고 사건 공출현에서 계산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이 접점은 원칙 7(저장보다 파생)의 주소록판이다. 아버지가 자주 등장하면 아버지가 크게 보이면 된다 — 별도의 '즐겨찾기' 플래그 없이.
  • 어긋남 — 우리는 스냅샷이 아니라 타임라인이다. 던바의 동심원은 한 시점의 단면이다. 우리 도구의 축은 시간이므로, 같은 인물이 시대에 따라 층을 이동한다(대학 시절의 5 → 지금의 50). 던바 이론에서 '관계의 쇠퇴'인 것이 우리에게는 한 인물의 역사라는 1급 서사가 된다. 이 어긋남은 개인 CRM(이웃 항목)과의 차이이기도 하다 — CRM은 현재의 관계 유지를 관리하고, 우리는 관계의 궤적을 기록한다.
층은 주소록 렌즈의 기본 밀도 문법이다. 동심원을 사용자에게 보여 주고 분류시키는 기능이 아니라, 렌즈의 정렬·크기·기본 노출을 정하는 내부 논리로 쓴다: 사건 공출현이 진한 소수는 크고 앞에, 옅은 다수는 작고 뒤에. 숫자 150이 아니라 "모두 같은 비중일 수 없다"는 구조만 빌린다.

생각할 거리

  1. 파생된 층과 체감의 어긋남. 접촉 빈도로 층을 계산하면 멀리 사는 절친은 바깥으로, 매일 보는 직장 동료는 안쪽으로 밀린다 — 빈도와 친밀도는 같지 않다. 파생값(공출현)과 사용자의 감각이 어긋날 때 수동 보정을 허용할 것인가, 허용한다면 그것은 원칙 7의 예외인가 아니면 성분의 일부(액션 2 — Involvement.role 어휘의 관계 성격 축)로 흡수되는가.
  2. 리마인드의 유혹과 절제. 개인 CRM의 표준 기능 — "이 친구와 연락한 지 8개월" — 은 층의 미끄러짐을 알려 주지만, 관계를 관리 지표로 바꾸는 굿하트의 함정에 정면으로 들어간다. 우리 주소록이 층을 계산하고도 그것을 채근의 재료로 쓰지 않으려면, 층은 어디까지 보여 주고 어디부터 침묵해야 하나.
  3. 층의 이동을 화면으로. "한 인물의 역사"(같은 인물이 시대별로 등장 밀도가 변하는 궤적)는 인물 상세에서 어떻게 그리나 — 시대(index)별 공출현 밀도의 스파크라인인가, 그 인물이 등장한 사건만 필터한 미니 여정인가. 소시오그램이 먼 미래의 관계 '지도'라면 이것은 관계의 '시계열'이고, 주소록 상세가 1차 렌즈를 역투영한다는 우리 문법과 어느 쪽이 정합적인지 따져 볼 것.
  4. 인터뷰 질문의 층별 배분. 회상형 인터뷰가 인물을 물을 때, 안쪽 층(자주 등장)의 인물은 이미 기록이 많고, 정작 이야기가 되는 것은 한 시대에만 진하게 등장하고 사라진 인물일 수 있다. 질문 엔진이 "빈 구간"뿐 아니라 "층이 급변한 인물"을 진입점으로 삼는 규칙을 액션 6 — 인터뷰 질문 배분 규칙에 넣을 것인가.
  5. 숫자를 제품에 새기지 않기. 150이라는 값 자체가 논쟁적(Lindenfors 2021)인데, UI가 "핵심 5인"처럼 특정 숫자를 고정하면 이론의 가장 약한 부분을 제품의 가장 단단한 부분에 박는 셈이다. 층의 개수·경계를 상수가 아니라 분포에서 파생(자연 절단점)하도록 설계할 수 있나 — 이것도 원칙 7의 연장이다.

더 찾아보기

  • Robin Dunbar, How Many Friends Does One Person Need? (2010) · Friends: Understanding the Power of Our Most Important Relationships (2021) — 층 구조와 시간 예산 논의를 본인이 대중서로 정리한 두 권.
  • 원 논문: Dunbar 1992 (Journal of Human Evolution) · Zhou, Sornette, Hill & Dunbar 2005 (Proc. R. Soc. B) — 층의 3배 간격 구조.
  • 반론: Lindenfors, Wartel & Lind, "'Dunbar's number' deconstructed", Biology Letters, 2021.
  • 검색: Dunbar's number layers 5 15 50 150 · social brain hypothesis · "support clique" "sympathy group" Dunbar
  • 같은 장의 이웃: 개인 CRM(층의 '유지'를 제품화한 진영), 소시오그램 / 사회연결망 분석(층이 아니라 그래프로 보는 진영), 족보 데이터 모델(역할 어휘의 원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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